"저 사람 수가 전부 엔진 1순위랑 똑같아요." 치팅 논란이 벌어질 때 가장 자주 나오는 말입니다. 실제로 엔진 일치율(engine match rate)은 치팅 탐지에서 ACPL과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입니다. 하지만 이 숫자는 생각보다 오해하기 쉽습니다. 인간 고수도 꽤 높은 일치율을 기록하고, 측정 조건에 따라 같은 게임의 일치율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.
Top1과 Top3
엔진에게 각 포지션에서 후보 수를 여러 개 뽑게 한 뒤(MultiPV 분석), 실제로 둔 수가 어디에 속하는지 셉니다.
- Top1 일치율: 둔 수가 엔진의 1순위 수와 일치한 비율
- Top3 일치율: 둔 수가 엔진의 상위 3개 후보 안에 든 비율
Top1이 "엔진과 똑같이 뒀는가"를 재는 날카로운 지표라면, Top3는 "엔진이 납득할 만한 수를 뒀는가"를 재는 너그러운 지표입니다. 치팅 탐지에서는 보통 Top1을 주 신호로, Top3를 보조 신호로 씁니다.
인간은 얼마나 일치하는가
흥미로운 사실은, 체스 수의 상당수가 누가 둬도 같은 수라는 점입니다. 되잡기, 체크 응수, 뻔한 전개 수가 그렇습니다. 그래서 초보자도 Top1 일치율이 30% 안팎은 나옵니다. 대략적인 경향은 이렇습니다.
| 레이팅대 | 대략적 Top1 일치율 |
|---|---|
| 500~800 | 25~35% |
| 1000~1400 | 33~42% |
| 1600~2000 | 40~50% |
| 2200+ (마스터) | 45~58% |
| 세계 최정상 (클래시컬) | 55~70% |
주목할 점은 인간의 상한선입니다. 세계 챔피언급도 빠른 시간제한에서 70%를 꾸준히 넘기기는 어렵습니다. 그런데 1000점대 계정이 여러 판에 걸쳐 70~80%를 기록한다면? 그 실력대의 기대치(35% 안팎)를 두 배 이상 웃도는, 통계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수치입니다.
측정 조건이 숫자를 바꾼다
일치율을 해석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.
- 분석 깊이(depth): 얕은 분석의 1순위 수와 깊은 분석의 1순위 수는 다를 수 있습니다. 치터가 쓴 엔진과 분석에 쓴 엔진의 깊이가 다르면 일치율이 오히려 낮게 나오기도 합니다.
- 오프닝 구간: 초반 수는 이론서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아 일치율을 부풀립니다. 그래서 분석 도구들은 초반 몇 수를 계산에서 제외합니다. 수상한 수도 오프닝 구간을 건너뛰고 측정합니다.
- 결판난 국면: 승부가 기운 뒤에는 어떤 수든 승리가 유지되므로, 엔진 후보와의 일치 여부가 실력 신호로서 의미를 잃습니다. 이 구간도 제외하는 것이 정석입니다.
- 동급 후보수: 평가값이 거의 같은 후보가 여럿인 포지션에서는 2순위를 둬도 사실상 최선입니다. Top3를 함께 보는 이유입니다.
일치율만으로 판정하면 안 되는 이유
일치율은 강력한 신호지만 단독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. 짧은 게임에서는 표본이 작아 우연히 높은 값이 나오고, 전술이 쏟아지는 강제적인 게임에서는 정상 플레이어의 일치율도 치솟습니다. 반대로 영리한 치터는 가끔 2~3순위 수를 섞어 일치율을 인간 범위로 위장하기도 합니다.
그래서 신뢰할 만한 접근은 일치율을 레이팅 기대치와의 격차로 환산하고, ACPL 괴리·수 시간 패턴 같은 독립 신호와 교차 검증하며, 한 판이 아닌 여러 판의 추세로 판단하는 것입니다. 수상한 수는 게임마다 일치율 초과분을 점수화하고, 여러 판이 동시에 이상할 때만 높은 종합 점수를 부여합니다.